“왜 나는 이 강력한 마케팅이 버거울까”

강력한 마케팅

강력한 마케팅을 보여주는 마음 프로젝트 비포 애프터 이미지
합정 프로젝트 ‘ 마음 ‘

강력한 마케팅은 두 장의 사진만으로도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성형, 화장, 헤어스타일, 운동, 패션 등 외모와 몸을 다루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포&애프터’ 이미지를 본다. 분야가 달라도 사람들의 반응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전의 얼굴은 흐릿해 보이고 후의 얼굴은 또렷해 보인다. 꾸미기 전 헤어는 밋밋하지만 펌을 하고 나면 생기가 있어 보인다. 운동 전의 몸은 힘이 없어 보이지만 운동 후에는 단단해진다.다이어트, 피부 관리, 패션 변화까지. 두 장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판단은 빠르고 단순하다. “아, 좋아졌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 이미지를 보며 단순히 변화를 이해한다기보다, 자신의 결핍과 욕구를 거의 반사적으로 떠올린다는 점이다.
‘아, 저건 내가 갖고 싶은 모습이야.’ ‘저렇게 되고 싶다.’ 이 감정은 과정이 없어도 즉시 작동한다.
비포&애프터의 힘은 변화의 설명이 아니라, 결핍과 욕구를 건드리는 강력한 마케팅이다.

그렇다면 이런 강력한 마케팅은 언제 공간 디자인에 적용이 되었을까?
2000년대 중반, 미국의HGTV(https://www.hgtv.com)와 Extreme Makeover: Home Edition 같은 프로그램들이 낡은 집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며 전 세계적으로‘전 → 후’라는 리모델링 콘텐츠의 기초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SBS <러브하우스>(https://programs.sbs.co.kr/enter/lovehouse)가 등장했고, 그 당시 인기는 지금 다시 떠올려도 놀라울 정도였다. 2000년대 초반을 대표했던 이 프로그램은 어두운 ‘전(前)’과 환해진 ‘후(後)’의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공간의 변화를 마치 드라마처럼 체험하게 만들었다.

이 분위기는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2007년 무렵 네이버 블로그가 폭발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셀프 인테리어 후기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2007~2012년 사이,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는 ‘비포 + 애프터’라는 구조가 사실상 하나의 규칙처럼 자리 잡았다. 낡은 방을 한 장 보여주고, 그 아래 새롭게 단장된 공간을 여러 장 이어 붙이는 방식. 과정이나 설계, 맥락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화면에서 느껴지는 대비와 변화가 글의 중심이 되는 시대였다.

2015년 이후에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같은 시각 기반 SNS 채널들이 빠르게 퍼지면서 이 구조는 더욱 강력해졌다. 짧은 스크롤 속에서 이미지는 설명보다 훨씬 빠르게 작동했고, 많은 디자이너와 시공사들은 첫 장에 비포&애프터를 배치하며 강력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였다.
돌아보면 그즈음부터 공간 디자인은 ‘왜’보다 ‘어떻게 보이는가’ 쪽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알고 싶어 할까? 성형을 예로 들면, 사람들은 수술 과정이나 기술적 판단을 세세히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단 하나의 목적만 바라본다. “더 나아진 나의 모습.” 그 욕구를 가장 빠르게 충족시키는 방식이 강력한 마케팅(비포&애프터)이다. 과정이 어땠는지 보다 결과가 괜찮은지가 더 중요하다. 공간 디자인에도 역시 사람들은 공사를 공유하고 예산을 조율하고 취향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공간.” 소비자가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과정 자체의 학습이 아니라
“이 선택이 합리적인가?”, “잘 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비포&애프터는 충분히 설득력 있고, 빠르고 강력한 마케팅 도구다.

그러나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소비자가 결과만 보면 되는 만큼, 디자이너는 과정과 이유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는 입장이다. 강력한 마케팅은 두 장의 사진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는 있지만, 내가 하는 선택과 판단을 설명할 수는 없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비포&애프터만으로 내 작업을 설명하기가 조심스러울 뿐이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되 짚어보자면 디자인(design)의 뿌리는 라틴어 designare 에서 시작되고 이는 ‘지정하다, 의미를 부여하다, 계획하다’를 뜻한다. 즉,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일에 더 가깝다.

이 의미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있다. 아주 비싸고 정교한 자재로 완성된 공간이 있다고 해보자. 사진으로 보면 완성도도 높고, 누구나 애프터라고 부를 만한 모습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그 공간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전에 존재했던 멋진 공간과 철거된 공간을 본
사람들은 사진만보고 판단할수 있을까. 비포&애프터의 틀에서는 예쁜 공간은 좋은 공간이 되고, 철거된 공간은 나쁜 공간으로 읽힌다. 하지만 디자인에서는 철거가 맞는 선택일 때도 있고, 오히려 없애기 때문에 더 좋은 공간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비포&애프터라는 틀은 이유를 담기에는 너무 좁은 그릇일 수 있다. 전과 후만 남고, 그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인 ‘왜’는 사라진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비포&애프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두 장의 이미지는 공간이 가진 맥락과 목적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직도 초보처럼 보이고, 전문적이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이해하는 디자인의 본질에 더 가까운 태도를 선택하고 싶다. 디자인은 단순히 예뻐지는 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무엇에 의미를 두며, 어떤 방향으로 공간을 이끌어야 하는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비포&애프터 보다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그 선택의 축적이 공간의 태도를 만들고, 결국 결과보다 오래 남는 의미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포&애프터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방식만으로는 디자인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최근 나는 최근 마케팅 기법을 배우며, 그동안 단순히 내가 싫어서 사용하지 않던 비포&애프터가 얼마나 강력한 마케팅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방식을 쉽게 선택하지 않는가를 고민하다 보니, 결국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에게는 강력한 마케팅이 너무 강하게 다가오는 만큼, 때로는 버거운 마케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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